
13년을 따라간 기록, 그리고 제목의 유래
이 작품은 한국 동물권 운동의 13년을 담아낸 장편 다큐멘터리입니다. 박이윤정 감독이 2011년부터 2024년까지 현장을 직접 따라다니며 기록한 결과물입니다. 감독은 비건과 동물권, 페미니즘, 기후정의 같은 사회적 의제를 오랜 시간 기록하고 연대해 온 창작자이며, 콘텐츠 제작사 비건먼지의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작은 비건먼지와 블루닷필름이 함께 맡았고, 배급은 이놀미디어가 담당했습니다. 제목은 나희덕 시인의 동명 시집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던 일을 하나씩 가능으로 바꿔 온 사람들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여러 영화제에 초청되며 먼저 존재를 알렸습니다. ICAA 국제동물환경영화제와 서울동물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토론토 국제비건영화제, 부산해운대국제동물영화제 등이 그 무대였습니다. 개봉 후원을 위한 텀블벅 펀딩도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상업 영화 시장에서 동물권 다큐멘터리가 설 자리는 넓지 않지만, 이 작품은 여러 쟁점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개 식용 종식과 해양동물 보호, 공장식 축산이라는 국내 동물복지의 핵심 쟁점을 한 작품 안에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기록이라는 형식이 가진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카메라를 놓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개봉까지 이르는 과정 자체가 이미 이 영화의 주제와 닮아 있습니다.
다섯 여성 활동가가 지나온 시간
영화의 중심에는 다섯 명의 여성 활동가가 있습니다. 돌고래는 핫핑크돌핀스의 공동대표로 돌고래 야생 방류를 이끌어 낸 인물입니다. 지연은 동물해방물결의 대표로 개 식용 금지법 제정에 앞장서 왔습니다. 차랑은 녹색당 멸종반란에서 활동해 온 기록 활동가입니다. 민선은 해양 생명 보호 활동을 이어 온 시셰퍼드 활동가이자 넓적한물살이의 대표입니다. 혜수는 고려대학교에서 비거니즘 동아리 뿌리침을 창립한 인물입니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출발했지만 이들이 향하는 방향은 같습니다. 영화는 이들이 거리와 현장에서 보낸 시간을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돌고래 쇼를 규탄하는 목소리에서 시작해 개 식용 종식 캠페인, 그리고 공장식 축산 문제로 이어지는 흐름이 순차적으로 펼쳐집니다. 반려동물 보호에 머물러 있던 동물권 의제가 전시동물과 식용동물의 문제로 확장되어 온 과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자신이 불가능주의자인 줄 알았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시놉시스가 이 작품의 정서를 잘 요약합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을 하나씩 가능으로 바꿔 온 시간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활동가들의 성과만이 아니라 지치고 소진되는 순간까지 함께 담아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미덕입니다. 개, 돌고래, 돼지, 소, 넙치의 해방을 위해 세상을 설득해 왔다는 문장이 그 13년을 압축합니다.
79분에 담긴 기록과 극장 밖의 상영
러닝타임은 79분으로 다큐멘터리 가운데서도 짧은 편에 속합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을 다루는 만큼 압축이 상당히 강하게 이루어져 있습니다.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로, 가족 단위 관람도 가능한 수준입니다. 다만 공장식 축산과 도살 문제를 다루는 만큼 마음이 불편해지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가 다루는 개 식용 종식 의제는 실제 제도 변화와도 맞물려 있습니다. 개의 식용 목적 사육과 도살, 유통 등의 종식에 관한 특별법은 2024년에 제정되었고, 금지 조항은 2027년 2월 7일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영화가 기록한 활동이 실제 법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개봉 시점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278명입니다. 소규모 개봉작으로서는 적지 않은 숫자이며, 극장 상영과 별개로 공동체 상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는 독립영화 커뮤니티가 나서서 별도의 상영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지역의 관객들을 서로 연결하는 자리로 기획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런 방식은 다큐멘터리가 극장 밖에서 생명력을 이어 가는 대표적인 통로입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은 만큼 관람을 원하신다면 상영 정보를 미리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동물과 사람의 공존을 한 번쯤 고민해 보고 싶은 분께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 79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가볍지 않게 남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