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만난 배우들, 그리고 김미조 감독
이 작품은 김미조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입니다. 감독은 앞서 '갈매기'로 이름을 알렸고, 2026년 6월에는 장편소설 '오프사이드'를 출간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기도 했습니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강점으로 평가받아 온 창작자라는 점에서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배우진의 조합입니다. 엄마 옥실 역에는 이정은이, 세 딸 역에는 공효진과 박소담, 이연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정은과 공효진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두 번째로 모녀 관계를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이정은과 박소담은 '기생충' 이후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났습니다. 이정은과 이연, 황현정은 드라마 '소년심판' 이후의 재회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연과 황현정은 당시 극 중 연인이었으나 이번에는 자매로 등장합니다. 박소담에게는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는 개봉을 맞아 여러 홍보 일정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봉준호 감독과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자리도 마련되었습니다. 배급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맡았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 온 배우들이 다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습니다. 네 배우가 한 가족으로 묶였을 때의 호흡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무기입니다. 여성 인물들이 서사의 중심을 온전히 차지하는 한국 상업 영화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장르는 범죄물로 분류되지만 정서적으로는 가족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여행은 알리바이, 목적은 복수
겉으로 보기에 이 영화는 단란한 가족여행에서 출발합니다. 엄마 옥실과 세 딸 장주, 영주, 동주가 단체 티셔츠까지 맞춰 입고 경주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의 명분은 막내 경주의 생일입니다. 경주는 8년 전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입니다. 그리고 하필 그 시점에 가해자의 출소 소식이 전해집니다. 화목해 보이던 여행의 실체는 봉고차 트렁크 안에서 드러납니다. 그 안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실려 있습니다. 여행은 알리바이이고 목적은 복수라는 것이 이 작품의 설정입니다. 계획한 대로 실행하려는 가족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입니다. 다만 영화는 복수를 통쾌하게만 그리지 않습니다. 법대 출신 둘째 딸 영주는 가족과 같은 아픔을 안고 있으면서도 감정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앞세우는 인물입니다. 이동 동선을 계획하고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계산하며, 때로는 가족의 계획에 제동을 걸기도 합니다. 사적인 처벌이 가져올 결과를 계속 고민하는 인물이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통쾌함과 죄책감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박소담은 법대 출신 백수라는 설정을 살리기 위해 헤어스타일과 안경 착용을 직접 제안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막내를 잃은 뒤 오래 상처를 안고 살아온 인물의 감정도 함께 담아냈습니다.
안정적인 흥행 흐름과 관람 정보
흥행 흐름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개봉 7일 만에 누적 관객 22만 명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3위에 올랐고, 이후에도 꾸준히 관객을 모으며 26만 명 선에 도달했습니다. 대형 상업 영화들이 몰려 있는 시기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입니다. 특히 박소담의 연기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절제와 디테일로 인물을 완성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러닝타임은 111분이고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무겁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무술 지도를 맡았던 박인혜는 안타깝게도 개봉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고, 엔딩 크레딧에는 그를 기리는 추모 메시지가 삽입되었습니다. 개봉 초반 흐름을 감안하면 장기 흥행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배우들의 앙상블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이유가 충분한 작품입니다. 예매 전에 상영 시간표를 확인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씨네21 전문가 별점은 7점대를 기록하며 무난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상영관은 비교적 넉넉하게 편성되어 있는 편입니다. 여름 성수기가 끝난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지켜 주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