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이 먼저 발견한 데뷔작
이 작품은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입니다. 원제는 '고양이를 놓다'라는 뜻의 일본어이고, 영문 제목은 리브 더 캣 얼론입니다. 2025년에 완성된 이 영화는 그해 9월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처음 관객과 만났습니다. 데뷔작이 곧바로 경쟁 부문에 오른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닙니다. 놀라운 데뷔작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같은 해 10월에는 제26회 도쿄 필름엑스 영화제에도 초청되며 평단의 관심을 이어 갔습니다. 이후 국내 정식 수입이 확정되어 2026년 8월 26일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부산에서 처음 소개된 지 약 1년 만에 정식 상영이 성사된 셈입니다. 개봉을 앞둔 8월 22일에는 CGV 용산아이파크몰과 CGV 압구정에서 프리미어 데이가 열렸고, 관람객에게는 일본 오리지널 카세트테이프 굿즈가 증정되었습니다. 마이코 역을 맡은 배우 타니구치 란은 한국 관객에게 직접 인사를 전하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상 속 미묘한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개봉을 이틀 앞두고는 작품 특유의 감성을 담은 스페셜 포스터 두 종도 공개되었습니다. 각각 모리와 마이코의 서로 다른 내면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구성이었습니다. 모리의 포스터에는 누워 있는 그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여러 겹으로 쌓여 있습니다.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는 인물의 상태를 이미지 하나로 압축해 낸 셈입니다. 제목이 품은 의미를 관람 후에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멈춰 버린 창작, 어긋나는 기억
이야기의 구조 자체는 매우 단출한 편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남편 모리와 사진을 찍는 아내 마이코, 두 사람이 생활하고 창작하는 모습이 화면을 천천히 채워 나갑니다. 마이코는 성대한 개인전을 열 만큼 사진작가로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 가고 있습니다. 반면 모리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채 오래 정체되어 있습니다. 음향 효과 제작 같은 부업으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하는 형편입니다. 불면과 무기력에 시달리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그의 상태를 두고, 스페셜 포스터에는 늘 감기에 걸려 있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붙기도 했습니다. 겉보기에 나쁘지 않아 보이던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균열의 영역으로 들어섭니다. 부부인 동시에 예술가 동료이기도 한 탓에, 서로의 창작 과정에 조금씩 개입하면서 미묘한 불편함이 쌓여 갑니다. 그러던 중 모리는 한때 연인이었던 아사코와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안부를 나누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더듬어 낸 기억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모리 역은 후지이 소마가, 아사코 역은 무라카미 유키노가 맡았습니다. 여기에 모치즈키 메이리를 비롯한 배우들이 주변 인물로 합류해 이야기의 결을 채웁니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각자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두 사람의 시간이 화면 곳곳에 배어 있습니다. 그 간극을 지켜보는 일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입니다.
102분의 호흡과 관람 정보
러닝타임은 1시간 42분이고 장르는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사건이 크게 벌어지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미리 알고 가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음악과 사진, 그림 같은 예술을 매개로 삼아 사랑과 기억, 관계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사랑과 창작이 동시에 멈춰 버린 순간,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을 통해 지금의 행복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는 설정이 영화 전체를 지탱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소개에서도 이 작품의 감정선이 서서히 균열로 향한다는 점이 강조된 바 있습니다. 조용하고 느린 호흡을 견딜 수 있다면 충분히 몰입할 만한 영화입니다. 반대로 뚜렷한 전개를 기대한다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소규모 개봉작인 만큼 상영관과 회차가 넉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관람을 계획하고 계시다면 예매 전에 시간표를 꼼꼼히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일본 독립영화 특유의 담백한 정서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반가운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혼자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자막 상영이라는 점도 함께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발견한 작품이라는 수식이 과장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