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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사진의 얼굴

by 사리이 2026. 9. 4.

사진의 얼굴

 

 

기록하는 사람을 다시 기록한 작품

이 작품은 기록하는 사람을 다시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연출은 '물숨'과 '시소' 등으로 사람을 오래 들여다보는 작업을 이어 온 고희영 감독이 맡았습니다. 제작사는 숨비이고 배급은 트리플픽쳐스가 담당했습니다. 영화는 2025년 9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었고, 약 1년이 지난 2026년 9월 2일 정식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배급사는 이 작품을 사진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포토멘터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여러 사진가와 영화인의 추천사가 이어졌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박찬욱 감독은 1980년대 대학 시절부터 구와바라 시세이를 존경해 온 사진가라고 밝히며, 이 작품이 그의 성실성을 따라 배운 듯한 자세로 만들어졌다고 평했습니다. 한국 감독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다는 말도 함께 남겼습니다. 사진가 구본창과 노순택, 성남훈 등도 각자의 언어로 이 작품을 추천했습니다. 사람에게 얼굴이 있듯 사진에도 얼굴이 있다는 노순택 작가의 표현이 특히 인상적으로 남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리얼리즘뿐 아니라 프레이밍과 구도를 다루는 미적 감각에서도 탁월한 사람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상에는 기록하는 자와 기록하는 자를 기록하는 자가 있다는 문장이 이 영화의 성격을 잘 요약합니다.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면서 동시에 한국 현대사를 되짚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사진에 관심이 없는 관객에게도 충분히 열려 있는 작품입니다.

 

60년, 100여 차례, 10만 컷의 기록

영화의 주인공인 구와바라 시세이는 올해 90세가 된 일본 보도사진계의 거장입니다. 그는 1960년부터 수은 중독으로 미나마타병을 앓게 된 환자들을 찾아가 그 참상을 기록하며 세상에 알렸습니다. 이후 남한과 북한은 물론 캄보디아와 베트남, 구소련까지 세계 각지의 격변을 카메라에 담아 왔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그가 가장 오래 들여다본 피사체였습니다. 한일 수교 한 해 전인 1964년 서울대 학생들의 한일회담 반대 시위 현장에서 첫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60여 년 동안 100여 차례 한국을 오가며 10만 컷이 넘는 사진을 남겼습니다. 청계천 서민들의 삶부터 민주화 운동, 동두천 기지촌, 베트남 파병, 평양의 일상까지 한반도를 관통한 사건들이 그의 필름 안에 담겼습니다. 한국이 참전한 베트남전을 따라가 촬영한 유일한 사진기자이기도 합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왜 일본 사람이 한국의 가난을 찍느냐는 비난을 들었고, 남한에서는 국외 추방을, 북한에서는 입국 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끝내 셔터를 놓지 않았습니다. 영화에는 그의 곁을 지킨 한국인 아내 최화자 씨의 이야기도 함께 담깁니다. 결혼한 지 56년이 되었고, 사진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아내가 일흔다섯까지 일을 이어 갔다고 합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으로 꼽은 것은 1965년 여의도 비행장에서 찍은 파월 병사와 어머니의 작별 장면입니다.

 

GV 매진과 함께 열리는 사진전

러닝타임은 98분이고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전기 다큐멘터리가 이토록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구성이 탄탄한 편입니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것은 구와바라 작가의 내한 GV였습니다. 90세 거장이 직접 극장을 찾는 자리인 만큼 전석이 빠르게 매진되었습니다. 이후 배급사는 개봉 기념 릴레이 GV 라인업을 추가로 확정해 관객과의 만남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개봉에 맞춰 사진전도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는 9월 16일까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9월 8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를 보고 실제 사진을 이어서 감상할 수 있는 구성인 셈입니다. 개봉 시점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90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소규모 다큐멘터리로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영관이 많지 않은 만큼 예매 전에 시간표를 확인해 두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입니다. 한국 현대사의 장면들을 다른 시선으로 마주해 보고 싶은 분께도 권할 만합니다. GV 회차를 노려 본다면 감상의 깊이를 한층 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전까지 함께 둘러본다면 더욱 알찬 하루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