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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환희의 얼굴

by 사리이 2026. 9. 9.

환희의 얼굴

 

영화제 상영 2년 만의 정식 개봉

이 작품은 이제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입니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모두 직접 맡았고, 제작은 마름모필름이 담당했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2024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초청되며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같은 해 열린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본선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두 곳 모두 한국 독립영화의 흐름을 가늠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식 개봉까지는 다시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영화제 상영으로부터 약 2년 가까이 지난 2026년 9월 9일에야 극장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소규모 독립영화가 배급 단계에서 마주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러닝타임은 125분으로, 독립영화 가운데서는 상당히 긴 편에 속합니다.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개봉을 전후해 지역 도서관에서 상영과 감독 강연을 겸한 프로그램도 마련되었습니다. 고양시 일산도서관은 9월 20일 오후 시민 30명을 대상으로 상영회를 열고, 이어서 감독과의 만남을 진행합니다. 감독은 이 자리에서 글과 이미지가 이야기를 건네는 서로 다른 방식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입니다. 시점과 상상, 해석, 시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소설과 영화의 차이를 짚는 구성입니다. 그 차이가 이 작품의 구조와 연출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함께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네 개의 장으로 짜인 소설 같은 영화

이 영화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소설의 외양을 빌려 왔다는 점입니다. 작품은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각 소설가의 집, 방문자들, 꿈과 희망의 나라로, 환희의 얼굴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 차례는 한 편의 소설 속 소제목처럼 읽히기도 하고, 각각 독립된 단편의 묶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느 쪽으로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제주의 작은 오름에서 소설을 읽는 환희의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그리고 서울의 어느 밤 공원에서 또 다른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기까지, 환희의 여정을 따라 흘러갑니다. 각 장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같은 사람처럼 보이다가도 전혀 다르게 다가옵니다. 시간 차를 두고 연결된 하나의 세계처럼 느껴지다가도,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안에는 비밀과 거짓말, 의문과 의심, 질투와 배신 같은 서늘한 요소들이 잠복해 있습니다. 환희 역은 정이주가 맡았고 김시은과 황미영이 함께 출연했습니다. 세 배우가 여러 장에 걸쳐 등장하며 인물의 경계를 흐리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야기 속 이야기와 창작된 세계, 그리고 현실이 서로의 반영처럼 보이다가 다시 멀어지는 구조입니다. 분명한 하나의 얼굴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 얼굴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엇갈리는 평가와 관람 정보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편입니다. 서울독립영화제 측은 이 작품이 이야기를 연결 짓고 싶은 마음과 그것을 배반하고 싶은 마음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며 진지하고 유려하게 전진해 간다고 소개했습니다. 만들어진 세계와 세계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작품이라는 평가입니다. 반면 일상에서 보기 어려운 낯선 톤의 대화와 구성이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지나치게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선명한 서사적 인과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당혹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는 반응 역시 함께 제기되었습니다. 개봉 시점 기준 누적 관객 수는 519명입니다. 상영관과 회차가 매우 제한적인 만큼 관람을 원하신다면 시간표를 미리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빠른 전개나 명확한 결말을 기대한다면 맞지 않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반대로 형식 자체를 즐기고 해석의 여지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반가운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소설을 읽듯 영화를 보는 경험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독립영화 특유의 실험적 태도를 확인해 볼 기회이기도 합니다. 극장에서 이런 형식의 작품을 만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오늘 개봉한 작품인 만큼 초반 반응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관심이 있으시다면 서두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