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
저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고전을 스크린에서 직접 만나는 일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관객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에 소개해 드릴 '경멸'은 결코 놓칠 수 없는 특별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프랑스 누벨바그를 상징하는 거장 장뤼크 고다르 감독이 1963년에 연출한 작품으로,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무려 63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2026년 7월 15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에 처음 정식 개봉했습니다. 러닝타임은 104분이며 관람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주연은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브리지트 바르도가 맡았으며, 미셸 피콜리와 잭 팰런스가 함께했습니다. 특히 거장 프리츠 랑 감독이 극 중 오디세이를 연출하는 감독 역으로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끕니다. 이야기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영화화하려는 미국인 제작자가 각본가 폴을 고용하면서 시작됩니다. 그 일에 얽혀 드는 사이, 폴을 향한 아내 카미유의 마음은 서서히 차갑게 식어갑니다. 카미유는 어느 순간부터 남편과의 결혼 생활을 경멸한다고 말하기에 이릅니다. 저는 오래도록 명성으로만 접해온 이 걸작을 마침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설레는 마음으로 상영관을 찾았고, 그 선택이 결코 아깝지 않았음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관람 후기와 인상 깊었던 점
관람을 마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작품이 반세기가 넘는 세월에도 조금도 낡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4K로 복원된 화면 속 지중해와 카프리섬의 눈부신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전개는 아끼겠지만, 이 작품은 한 부부의 사랑이 어떻게 균열을 일으키며 무너져 가는지를 고다르 특유의 서늘한 시선으로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동시에 이 영화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예술을 향한 순수한 열망과 거대한 자본의 논리가 충돌하는 영화 제작 현장의 모습을, 부부의 관계와 절묘하게 겹쳐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붉은색과 푸른색을 대담하게 활용한 색채와, 조르주 들르뤼의 애잔한 음악이었습니다. 이 두 요소는 인물들의 감정을 대사 이상으로 깊이 전달하며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긴 대화 장면은 무너져 가는 관계의 공기를 밀도 높게 담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브리지트 바르도는 요동치는 카미유의 복잡한 내면을 경이로운 존재감으로 그려냈습니다. 실제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고다르의 작품으로 꼽았을 만큼, 이 영화는 영화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아도 조금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연출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저에게는 극장을 나선 뒤에도 그 강렬한 이미지가 오래도록 남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영화라는 예술의 뿌리와 역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반드시 챙겨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특히 누벨바그와 고다르 감독의 세계를 경험해 보고 싶으셨던 분이라면, 이번 개봉이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63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정식 개봉하는 만큼, 고전 영화를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다만 몇 가지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오늘날의 대중적인 상업 영화와는 문법이 사뭇 다르며, 친절한 설명보다는 사색적인 분위기와 상징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빠른 전개나 명쾌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가시면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차분히 감상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또한 4K로 복원된 아름다운 화면과 음악을 온전히 느끼시려면, 큰 화면과 좋은 음향을 갖춘 상영관에서 관람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고전 재개봉 특성상 상영관과 회차가 많지 않을 수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상영 일정을 미리 확인해 두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미리 원작 소설이나 작품의 배경을 알고 가시면 훨씬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직접 마주하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걸작을 만나고 싶으신 분께, 저는 이 작품을 진심을 담아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