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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추천 | 70분 안에 펼쳐지는 2분짜리 기적

by 사리이 2026. 8. 20.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

저는 거대한 자본이나 화려한 볼거리보다, 기발한 발상 하나로 관객을 사로잡는 작은 영화들을 유독 아끼는 관객입니다. 그런 저에게 이번에 소개해 드릴 '드로스테 저편의 우리들'은 오래전부터 이름만 들어 왔던 숙제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2020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SF 코미디로, 국내에는 2026년 8월 19일에 정식으로 개봉했습니다. 연출은 야마구치 준타 감독이 맡았으며, 이 작품은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합니다. 각본은 일본의 극단 유럽기획을 이끌며 '썸머 타임 머신 블루스'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의 각본을 썼던 우에다 마코토가 담당했습니다. 주연으로는 토사 카즈나리와 아사쿠라 아키가 함께했으며, 러닝타임은 단 70분이고 관람 등급은 12세 이상 관람가입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드로스테는 두 개의 거울을 마주 보게 두었을 때 그 안의 상이 무한히 반복되는 현상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야기는 교토의 한 카페 주인 카토가 퇴근 후 자신의 방 모니터에서 2분 뒤의 자신과 마주하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2021년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어 국내 관객과 먼저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입소문을 타고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마침내 정식 개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저는 개봉 소식을 접하자마자 극장을 찾았고, 러닝타임 내내 입꼬리가 올라간 채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관람 후기와 인상 깊었던 점

관람을 마친 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가였습니다. 이 작품이 가진 설정은 오직 하나, 두 개의 모니터가 2분의 시차를 두고 연결되어 있다는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 소박한 규칙 하나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며 점점 판을 키워 가는 솜씨가 그야말로 감탄스러웠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전개는 아끼겠지만, 카페에 모인 인물들이 이 기묘한 현상을 발견하고 하나둘 놀이처럼 끼어들면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굴러간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지점은 촬영 방식이었습니다. 영화 전체가 마치 한 번도 끊기지 않은 것처럼 원테이크로 이어지는데, 시차를 둔 화면 속 인물의 동작과 대사가 조금의 오차도 없이 맞물립니다. 계산과 연습이 얼마나 치밀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엔딩 크레딧이 오른 뒤 나오는 쿠키 영상을 보면,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촬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다시 한번 놀라게 됩니다. 배우들의 호흡 또한 이 작품의 완성도를 든든하게 받쳐 주었습니다. 극단 무대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이들답게 대사를 주고받는 리듬이 자연스러웠고, 덕분에 황당한 설정임에도 인물들의 반응에 쉽게 마음이 갔습니다. 여기에 인물들이 자신이 본 미래에 끌려가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선택을 향해 나아가는 후반부는, 유쾌한 소동극 너머의 따뜻한 온기까지 남겨 주었습니다. 저 역시 극장을 나서면서 한동안 여운을 곱씹었습니다.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이 영화는 참신한 설정의 시간 여행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반드시 챙겨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복잡한 물리 법칙이나 거창한 세계관 없이도 시간이라는 소재가 얼마나 재미있어질 수 있는지를 7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완벽하게 증명해 내기 때문입니다. 러닝타임이 무척 짧은 덕분에 부담 없이 관람하기에도 더없이 좋습니다. 저예산 독립 영화나 연극적인 연출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도 훌륭한 교재 같은 작품이 되어 줄 것입니다. 다만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은 화려한 시각효과나 세련된 화면을 기대하고 보시면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대신 그 거친 질감 자체가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생생함으로 다가오니, 그 점을 감안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또한 인물들이 빠르게 주고받는 대사 안에 상황을 이해할 열쇠가 담겨 있으므로, 자막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영화가 끝난 뒤에는 쿠키 영상이 준비되어 있으니 자리를 끝까지 지키시기 바랍니다.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관람의 즐거움이 한층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 작품은 소규모로 개봉한 만큼 상영관과 회차가 넉넉하지 않을 수 있으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상영 일정을 미리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작은 영화를 통해 오랜만에 순수한 즐거움을 맛보았고, 이 작품을 진심을 담아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