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만에 다시 극장에 걸린 영화
이 작품은 2016년 개봉했던 영화 '귀향'의 10주년 기념 확장판입니다. 원작은 7만 5,270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모아 완성한 영화였고, 개봉 이후 358만 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만들어진 과정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었던 셈입니다. 조정래 감독은 2002년 나눔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과정에서 그린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불길에 휩싸인 소녀들을 그려낸 그 한 장의 그림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고,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무려 1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투자도 배급도 번번이 막혔고, 그 긴 공백을 결국 시민들의 후원이 대신 메웠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26년, 감독은 이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스크린에 올렸습니다. 이번 확장판에는 기존 본편에 약 6분 분량의 미공개 장면이 새롭게 더해졌습니다. 단순히 재개봉만 한 것이 아니라,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보태어 다시 내놓은 판본이라는 뜻입니다. 재개봉을 위해 진행된 텀블벅 펀딩 역시 목표 금액의 367퍼센트를 달성하며 마감되었습니다. 10년 전이 그러했듯, 이 영화는 이번에도 관객의 손으로 극장에 걸린 작품이 되었습니다. 관객이 만들고, 관객이 다시 불러낸 영화라고 부를 만합니다.
132분 안에 담긴 소녀들의 시간
영화의 시간은 1943년 봄, 경남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시작됩니다. 봄바람이 불던 어느 날, 열네 살 정민은 영문도 모른 채 가족의 품에서 떨어져 나가게 됩니다. 어머니가 눈물로 건넨 마지막 당부와 손에 쥐어진 괴불 노리개 하나가 소녀가 고향에서 가져간 전부였습니다. 낯선 땅에 도착한 정민은 같은 처지로 끌려온 영희를 만나고, 말은 통하지 않지만 같은 상처를 지닌 또래 소녀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는 이 참혹한 시간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대신 소녀들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고향의 노래를 나누며 버텨낸 순간들에 카메라를 오래 머무르게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았던 연대가 이 영화의 진짜 중심입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홀로 살아남아 노인이 된 영희의 현재로 이어집니다. 신녀 은경이 벌이는 귀향 굿을 통해, 타국에서 스러져간 소녀들의 넋이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정민 역의 강하나와 최리, 그리고 손숙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축을 맡았습니다. 이번 확장판에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각지에서 같은 폭력을 견뎌야 했던 여성들의 숨겨진 이야기까지 새롭게 담겼습니다. 러닝타임 132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지만, 마지막 장면에 이르고 나면 그 시간이 왜 필요했는지 납득하게 됩니다. 보고 나면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은 작품입니다.
1,244명이라는 숫자가 남기는 것
개봉 시점을 기준으로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1,244명에 머물러 있습니다. 10년 전의 358만 명이라는 숫자와 나란히 놓고 보면 쉽게 믿기지 않는 기록입니다. 상영관 자체가 많지 않고 회차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몰려 있어, 보고 싶어도 보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관객이 먼저 찾아 나서지 않으면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조정래 감독은 지금이야말로 잊혀가는 역사를 다시 기억하게 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 전 47명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생존 피해자가 현재는 단 다섯 분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제목에 새롭게 붙은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라는 문장은 영화 속 소녀들이 서로를 부르던 마지막 약속이자, 아직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이들을 향한 산 자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일본 오사카에서 먼저 상영되었고, 9월에는 호주 멜버른에서도 관객을 만날 예정입니다. 국내 등급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어린 관객에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장면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숫자가 작품의 가치를 증명해 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 영화만큼은 그 숫자가 조금 더 커지기를 바라게 됩니다. 잊지 않겠다는 말은, 결국 직접 보러 가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