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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 — 호리코시 요스케, 일이 되게 만드는 소통의 기술

by 사리이 2026. 7. 13.

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

 

같은 회의실에서 같은 한국어로 대화했는데도 회의가 끝나고 나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것입니다. 그 답답함의 정체를 짚어 주는 책, 호리코시 요스케의 『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을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철학의 쓸모』의 저자가 일터의 언어를 파고들다

저자 호리코시 요스케는 우리나라에 『철학의 쓸모』로 먼저 알려진 일본의 인문학자입니다. 2021년 알에이치코리아에서 출간된 그 책에서 저자는 고정 관념을 깨는 철학적 사고법이 어떻게 현실의 문제 해결에 쓰일 수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 주며, 철학은 실생활에 쓸모없다는 편견을 유쾌하게 뒤집은 바 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우리가 매일 부대끼는 일터의 언어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2026년 7월 1일 프런트페이지에서 최주연 번역가의 손을 거쳐 나온 『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이 그 결과물이며, 부제는 '일이 되게 만드는 소통의 기술'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흔한 화술 지침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목소리를 크게 내라거나 결론부터 말하라는 식의 기술론을 넘어, 애초에 같은 말을 쓰면서도 왜 서로 다른 것을 이해하게 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철학을 도구로 다뤄 온 저자다운 접근이라 하겠습니다. 출간 직후부터 도움된다는 독자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경영전략 분야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이야기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사실 회사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비효율의 상당수가 능력 부족이 아니라 말이 어긋나서 생긴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소통이라는 주제만큼 실용적인 것도 드물 것입니다. 저 역시 회의록을 다시 읽다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은 경험이 여러 번 있어, 제목을 보자마자 손이 갔습니다.

 

우리는 왜 같은 말을 하고도 다르게 이해하는가

제목이 던지는 질문을 곱씹어 보면 아찔해집니다. 같은 말로 일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태로운 전제 위에 서 있는 일인지 말입니다. 회의에서 누군가 빠른 시일 내에 검토하겠다고 말할 때, 어떤 사람은 이번 주를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이번 분기를 떠올립니다. 고객 중심이라는 말은 부서마다 전혀 다른 행동을 뜻하고, 좋은 기획이라는 평가는 사람마다 기준이 제각각입니다. 문제는 이 어긋남이 대화가 끝난 뒤에야, 그것도 일이 잘못된 뒤에야 드러난다는 데 있습니다. 저자는 이렇게 말이 통했다고 착각하는 순간이야말로 일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짚습니다. 소통의 실패는 대개 말주변이 없어서가 아니라, 각자가 서 있는 전제와 맥락과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제안하는 해법도 명확합니다. 말을 많이 하기보다 말의 의미를 맞추는 데 시간을 쓰라는 것, 애매한 단어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말고 그 뜻을 정의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일의 과정에 심어 두라는 것입니다. 얼핏 번거로워 보이지만, 되돌아보면 뒤늦게 잘못된 방향을 되돌리느라 쓴 시간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소통이란 서로의 머릿속 지도를 겹쳐 보는 작업이며, 그 지도가 어긋나 있음을 먼저 인정하는 데서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 이 책의 통찰입니다. 말이 통한다는 확신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감각이라는 지적 앞에서, 저는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소통은 재능이 아니라 훈련이며, 조직의 자산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위로가 되었던 것은 소통을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배우고 훈련할 수 있는 기술로 다룬다는 점이었습니다. 말주변이 없어서 회의에서 늘 손해를 본다고 여겨 온 사람들에게, 문제는 성격이 아니라 방법이라고 말해 주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저자는 소통을 개인의 역량 문제로만 두지 않습니다. 같은 말을 같은 뜻으로 쓰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생산성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벌어지기에, 언어를 맞추는 일은 곧 조직의 자산을 쌓는 일이 됩니다. 지시가 자꾸 되돌아오고, 확인 회의가 끝없이 열리고,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성과는 나지 않는 조직이라면 개인의 태만을 탓하기 전에 언어의 어긋남부터 점검해 볼 일입니다. 철학자다운 개념 정의의 훈련이 일터에서 이토록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놀라웠습니다. 팀을 이끄는 리더, 부서 간 협업으로 골머리를 앓는 실무자, 그리고 이제 막 조직 생활을 시작해 회의 언어가 낯선 신입까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이 될 책입니다. 읽고 나면 당장 다음 회의에서 저 말의 정의부터 맞추자고 제안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소통이 잘되는 팀에서 일해 본 사람이라면 그 경험이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 알 것이고, 그렇지 못한 팀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변화의 실마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말을 잘하려 애쓰기보다 말을 맞추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는 것, 그것이 이 책에서 얻은 가장 값진 문장이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여러분이 나눈 대화는 정말로 같은 말이었는지, 이 책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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