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저는 최근 "안녕이라 그랬어"라는 제목을 자주 봤습니다. SNS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추천하고 있었거든요. 흥미로웠던 것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는 점입니다. "내가 읽은 것 같았다", "나와 닮은 사람들이었다", "속시끄러웠다"는 표현들이 반복되었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펼쳤을 때 처음 느낀 것은 이 책이 내 삶에 관한 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소설가 김애란은 『바깥은 여름』 이후 팔 년 만에 새 소설집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이번 작품집의 주제는 명확했습니다. "돈과 이웃"이라는 단어. 작가 스스로 "자본과 공동체라는 단어를 쓰면 너무 커지는 느낌이라 '돈'과 '이웃'이라는 단어가 좋았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정직한 표현인지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정확히 이 두 단어로 설명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2025년 알라딘 올해의 책 TOP 10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부터 느껴지는 것은 이 작품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정확히 포착했다는 것입니다. 책 속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이 모두 다른 공간과 다른 인생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공간으로 드러나는 삶의 경제학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삶 자체라는 것입니다. 홈 파티가 열리는 우아하고 안정적인 아파트, 생애 처음으로 누리는 사치라는 한 달간의 해외 여행지, 새 주인에게 넘겨줄 전셋집, 퇴직금을 다 털어 문을 연 책방. 이 모든 공간들은 단순히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사용하는 사람의 경제적 상황, 사회적 지위, 그리고 인생의 결정과 후회를 보여줍니다. 특히 "방 한 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김애란이 보여주는 통찰력은 정말 예리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큰 집에 사는지, 전월세인지 자가인지, 주변이 어떤 곳인지 하는 것들이 우리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제 자신의 현재 거주 공간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내 삶의 어느 정도를 반영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2022 오영수문학상 수상작인 "좋은 이웃"에서는 한 여인이 오랫동안 살던 전셋집을 새 주인에게 넘기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가 섬세하게 그려집니다. 마치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 소설은 보여줍니다. "홈 파티"에서는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모임이 배경이 되는데, 그곳에서 느껴지는 위계와 거리감, 그리고 돈이 만드는 미묘한 심리 상태가 표현됩니다.
현실에 지쳐 있지만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매우 현실적이라는 점입니다. 회사에 지쳐 퇴사 후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 전세살이를 하다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 아픈 부모님과 병원을 다니는 사람, 가진 재산을 다 털어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다른 삶을 살아보기 위해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 이들의 삶의 모양은 가지각색이지만, 모두 현실에 지쳐있고 돈에 흔들리고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읽고 있는 것이 소설인지 현실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고민이 정확히 내 고민이었기 때문입니다. "레몬케이크"에서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읽었을 때 특히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했을 때,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을 때, 제 자신이 이 감정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책의 제목 "안녕이라 그랬어"는 사전에 따르면 "반갑다"는 뜻과 "잘 가"라는 의미가 둘 다 담겨 있는 말입니다. 만남과 이별의 순간에 놓이는 말이죠. 하지만 김애란에 의해 "안녕"은 하나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 시절을 잘 열고 닫기 위해 필요한 말이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누군가의 착각과 오해를 바로잡지 않고 그런 상대를 향해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주는 말이자, 그를 통해 상대의 평안을 바라는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는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주 불완전한 이해와 오해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진부하고, 돈은 우리를 흔들고, 이웃과의 관계는 불완전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