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 추천 |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 마치다 소노코, 상처 입은 마음들이 서로에게 닿는 순간

by 사리이 2026. 7. 31.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

 

 

 

『52헤르츠 고래들』로 일본 서점대상을 받은 작가에게도 시작이 있었습니다. 마치다 소노코의 바로 그 데뷔작,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를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점대상 작가 마치다 소노코의 출발점

저자 마치다 소노코는 1980년에 태어나 현재 후쿠오카현에 거주하는 일본의 소설가입니다. 그의 이력에는 흥미로운 사연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소설을 습작했지만 부모의 권유로 미용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미용사 등 여러 직업을 거쳤으며, 결혼 후 아이를 키우던 스물여덟 살에 이르러서야 다시 펜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늦게 돌아온 그는 2016년 「카메룬의 파란 물고기」로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R-18 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고, 심사위원이었던 미우라 시온과 츠지무라 미즈키에게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 수상작을 포함해 이듬해에 펴낸 첫 단행본이 바로 이 『밤하늘을 헤엄치는 초콜릿구라미』입니다. 이후 그는 2020년 첫 장편 『52헤르츠 고래들』로 2021년 일본 서점대상을 거머쥐며 인기 작가로 발돋움했고,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시리즈로도 널리 사랑받았습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훈훈한 감동을 이끌어 내는 그의 글쓰기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데뷔작은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국내에는 이정민 번역가의 손을 거쳐 소개되었습니다.

 

고립된 두 사람이 서로의 친구가 되기까지

이 책은 다섯 편의 단편이 담긴 소설집으로, 표제작을 비롯한 이야기들이 저마다의 상처를 안은 사람들을 비춥니다. 마치다 소노코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뚜렷한 특징이 이 데뷔작에서부터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고독하고 고립된 두 사람이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 가는 이야기라는 것입니다.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저마다의 사정으로 마음을 닫아 건 인물들이, 뜻밖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 가는 과정이 담담하고 따뜻하게 그려집니다. 제목에 등장하는 초콜릿구라미는 실제로 존재하는 열대어의 이름입니다. 어두운 밤하늘을 헤엄치는 물고기라는 몽환적인 이미지는, 저마다의 어둠 속에서도 자신만의 빛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인연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화려한 사건 없이도 인물의 내면과 관계의 결을 섬세하게 그려 내는 솜씨는, 훗날 서점대상 작가로 성장할 그의 재능을 이미 충분히 예감하게 합니다. 미운 사람이 없다는 독자평처럼, 그는 어떤 인물이든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그 사정을 헤아려 그려 냅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미덕은 결이 고운 위로에 있습니다. 마치다 소노코는 상처를 극적으로 치유하거나 단숨에 극복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대신 상처를 안은 채로도 다른 사람과 이어질 수 있으며, 그 연결이 삶을 조금씩 살 만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조용히 보여 줍니다. 크게 무너진 마음에 극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곁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견딜 수 있게 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입니다. 그 잔잔한 온기가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다만 강렬한 서사나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고, 단편집인 만큼 각 이야기의 밀도에 편차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요란한 응원이 아니라 곁에 가만히 앉아 주는 듯한 이야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순간에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마치다 소노코의 작품을 처음 만나는 분에게는 그의 세계로 들어서는 좋은 입구가 되고, 이미 『52헤르츠 고래들』이나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을 사랑한 분에게는 그 따뜻함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확인하는 반가운 독서가 될 것입니다. 저마다의 밤을 헤엄쳐 가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밤하늘에도 함께 헤엄쳐 줄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바라며, 이 책과 함께 그 온기를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