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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 — 나민애, 아이만큼 아픈 엄마의 마음을 위하여

by 사리이 2026. 7. 17.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

 

사춘기 아이에 관한 책은 많지만,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의 마음을 다룬 책은 드뭅니다. 그 빈자리를 정확히 채워 준 책, 나민애 교수의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를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문해력 멘토 나민애, 이번에는 사춘기 엄마의 마음을 쓰다

저자 나민애는 서울대학교 교수이자 독서교육과 문해력 분야의 전문가로, 시인 나태주의 딸로도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를 비롯한 여러 저서로 엄마들의 멘토로 이름을 널리 알려 왔고, 옆구리를 살짝만 찔러도 문학의 고전이 줄줄 흘러나올 만큼 단단한 내공을 지닌 분입니다. 그런 그가 2026년 4월에 펴낸 신작 『사춘기 엄마의 오장육부』는 사뭇 결이 다릅니다. 학습법이나 자녀 대응법이 아니라, 사춘기 아이 때문에 속이 문드러지는 엄마 자신의 마음을 정면으로 다루기 때문입니다. 사춘기 청소년에 대한 전문가는 많은데 왜 사춘기 부모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전문가는 없는가, 이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입니다. 나도 처음 해 보는 부모 역할이라 무섭고 힘든데, 부모답지 못하다고 비난받을까 봐 혼자 끙끙 앓는 그 심정을 왜 아무도 돌아봐 주지 않느냐는 물음입니다. 이 책은 출간 두 달여 만에 6쇄를 넘기고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는데, 특히 사춘기 자녀를 둔 40대 여성 독자의 구매 비율이 70퍼센트를 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엄마들이 그동안 자기 마음을 돌봐 줄 책 한 권을 애타게 기다려 왔다는 뜻일 것입니다. 유튜브 영상 댓글마다 나도 그렇다는 간증이 줄줄이 이어졌다고 하니, 이 책이 얼마나 정확히 급소를 찔렀는지 짐작할 만합니다.

 

서울대 교수도 무릎 꿇게 만드는 사춘기라는 폭풍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내려놓음의 솔직함에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조금도 감추지 않습니다. 시인의 딸도, 서울대 교수도, 꽃 같던 소녀도, 자녀의 사춘기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더라는 고백입니다. 카카오톡으로 보낸 다정한 메시지에 아이가 초성 두 글자로 짧게 답하는 순간 무너지는 마음, 제아무리 잘난 사람도 자녀의 사춘기 앞에서는 모두가 패배자가 된다는 문장은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저자가 지독한 딸의 사춘기 4년을 겪고 곧이어 아들의 사춘기를 앞두며 내놓는 이른바 웃픈 대처법도 인상적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울게 되니 피부과 리프팅을 받아 두라는 것, 울다가 안 되면 걸어야 하니 튼튼한 운동화를 사 두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저자는 한 1년쯤 걸으려나 했다가 하루 30분씩 4년을 걸으며 온갖 울화를 쏟아 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웃다가 문득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은, 그 유머 뒤에 감당하기 힘든 시간을 버텨 낸 한 사람의 진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조언과 해법을 앞세우는 여느 육아서와 달리, 이 책은 엄마 입장 그 자체의 솔직함으로 독자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킵니다. 저자 스스로 이것을 사춘기 엄마의 하이퍼리얼리즘 대환장 드라마라 부른 것처럼, 미화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펼쳐 놓기에 오히려 깊이 공감하게 됩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처방전 같기도 했습니다.

 

질풍노도는 아이만의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이 건네는 가장 큰 위로는 당신 혼자가 아니라는 확인입니다. 저자는 사춘기 아이가 나를 서럽게 하니 우리 엄마들끼리라도 한번 뭉쳐 보자며 깃발을 듭니다. 그 부름에 수많은 엄마들이 쌍수를 들고 화답한 것은, 그동안 아무 데도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이 그만큼 컸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너무 외롭고 막막하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도 외롭고 막막해서 게임을 하고 인터넷 친구와 대화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지고, 그렇게 이해했다가 원망했다가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르겠는 상태, 저자는 그것을 두고 질풍노도란 사춘기 아이만의 것이 아니라 사춘기 아이를 둔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진짜 미덕은 그 모든 복잡한 감정이 결국 아이를 향한 사랑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는 데 있습니다. 미워지고 서러운 마음조차도 실은 사랑의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엄마는 비로소 자신을 조금 덜 자책하게 됩니다. 지금 사춘기 자녀와 매일 전쟁을 치르는 엄마들, 그리고 그 곁의 남편과 자녀들에게도 이 책을 권합니다. 남편과 아들 입장에서 내 아내가, 내 엄마가 그때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 책은 결국 가족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다리가 되어 주는 듯합니다. 지금 그 폭풍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 한 권이 든든한 우산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아이와 씨름하느라 오장육부가 뒤집힌 이 땅의 모든 엄마들에게, 이 책이 든든한 동지가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