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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에어컨 사라다 — 차정은, 토마토와 피치와 워터멜론이 쏟아지는 여름

by 사리이 2026. 7. 20.

에어컨 사라다

 

시집이 잘 안 팔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10대와 20대의 시 읽기 열풍을 이끈 차정은 시인의 신작 『에어컨 사라다』를 읽고, 이 청량한 여름의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텍스트 힙을 이끈 스무 살 시인, 차정은

저자 차정은은 2000년대에 태어난 젊은 시인입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시 쓰기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독립출판으로 첫 시집 『토마토 컵라면』을 직접 집필해 펴냈습니다. 문단의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감각적인 시어와 뜨거운 감성으로 10대와 20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른바 텍스트 힙 열풍의 한복판에 서며 출간 직후보다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사랑받는 기이한 스테디셀러가 되었습니다. 문단보다 독자들이 먼저 알아본 시인이라는 표현이 그에게 꼭 들어맞습니다. 2025년 6월에는 두 번째 시집 『여름 피치 스파클링』을 다이브에서 펴내 교보문고 시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같은 시기 『토마토 컵라면』이 3위에 함께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2026년 7월 10일 자음과모음에서 내놓은 세 번째 시집이 바로 『에어컨 사라다』입니다. 출간 직후 리뷰 평점 만점을 기록하고 교보문고 오늘의 선택과 MD의 선택에 나란히 이름을 올리며 다시 한번 여름의 시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 번뿐인 청춘을 시에 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서툴고 부끄럽지만 담백하고 솔직하게 빛나는 것들을 써 내려간다는 그의 소개말이 이번 시집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초판 구매자에게 작가 사인본과 아크릴 키링을 증정하는 이벤트까지 마련되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하는 시집이기도 합니다.

 

토마토와 피치와 워터멜론이 쏟아지는 자리

이번 시집을 손에 들고 가장 먼저 마음이 움직인 것은 표지에 적힌 한 문장이었습니다. 토마토와 피치와 워터멜론이 쏟아진다는 구절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여기에는 그의 시집들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첫 시집의 토마토와 두 번째 시집의 피치, 그리고 이번 시집의 새 얼굴인 워터멜론이 한 그릇에 뒤섞이는 것입니다. 사라다라는 옛스러운 이름의 과일 샐러드가 제목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강렬한 여름 그 자체였던 토마토, 복숭아 과즙처럼 청량하고 청포도처럼 날카로웠던 피치를 지나, 이번에는 그 모든 것을 한데 담아 에어컨 바람 아래 놓아둔 셈입니다. 실제로 표지에는 수박과 라임을 비롯한 색색의 과일들이 유리그릇 속에서 투명하게 반짝이는 수채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 책을 펼치기도 전에 시원한 여름의 온도가 전해집니다. 무더위를 피해 들어간 방 안, 에어컨 바람이 도는 자리에서 차가운 과일을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그 사소하고도 완전한 행복의 감각이 이 시집이 서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름 하면 떠오르는 시인이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 이 시인의 가장 큰 재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 권의 시집이 나란히 놓였을 때 하나의 여름 삼부작처럼 읽힌다는 것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일 것입니다. 컵라면에서 스파클링으로, 그리고 사라다로 이어지는 제목들만 나열해 보아도 한 시인이 여름이라는 계절을 얼마나 집요하고 다정하게 붙들어 왔는지가 느껴집니다.

 

시를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건네는 첫 시집

차정은의 시가 사랑받는 이유는 시를 읽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시어는 해석해야 할 암호가 아니라 곧바로 감각되는 이미지입니다. 여름을 한 조각 통째로 삼키고, 삼키다 삐져나온 과즙이 발등까지 번져 찰랑거린다고 쓸 때, 독자는 그 문장을 분석하는 대신 그저 함께 여름을 맛보게 됩니다. 시를 읽고 무엇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저 아름다움에 잠길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시집을 잘 읽지 않던 젊은 독자들이 그의 책부터 집어 들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정제된 상징과 깊은 사유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 있고, 문단의 시선과 대중의 사랑 사이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도 늘 따라붙습니다. 그러나 시가 더 많은 사람에게 가닿는 일 자체가 귀한 시대에, 열아홉과 스물의 문장으로 또래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인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반가운 일입니다. 시집을 한 권도 사 본 적 없는 분들, 여름을 좋아하는 분들, 그리고 마음이 답답해 청량한 문장이 필요한 분들에게 이 얇고 시원한 시집을 권합니다. 값도 부담 없고 표지가 예뻐 선물하기에도 더없이 좋으니, 올여름 누군가에게 건넬 선물로도 제격이겠습니다. 무엇보다 한 편 한 편이 짧아 지하철에서든 카페에서든 마음 내킬 때 아무 쪽이나 펼쳐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시와 멀어졌던 사람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이 시집을 펼치는 순간이 여러분의 여름에서 가장 시원한 장면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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