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현대 소설 가운데 하나,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다시 읽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인생의 다른 문장이 마음에 들어오는 이 우화 같은 소설의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순례길에서 태어난 작가, 세계를 사로잡은 우화
파울로 코엘료는 194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습니다. 작가를 꿈꿨지만 부모의 반대로 정신병원에 보내지기도 했고, 법대를 중퇴한 뒤에는 히피 문화에 빠져 세계를 떠돌았으며, 유명 대중음악 작사가로 성공을 거두기도 한 파란만장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1986년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이었습니다. 그 길 위에서 영적 각성을 경험한 그는 마침내 어릴 적 꿈이었던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고, 1988년 『연금술사』를 발표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처음에 거의 팔리지 않아 출판사가 계약을 포기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코엘료는 자기 책의 운명을 믿고 다른 출판사를 찾아 재출간했으며, 이후 입소문을 타고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부가 판매되는 출판 역사상 손꼽히는 성공 신화를 썼습니다. 자신의 보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간 작가의 삶 자체가 소설의 주제를 그대로 증명해 낸 셈이니, 이보다 더한 작가와 작품의 일치도 드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정수 번역가가 옮긴 문학동네판으로 오래 사랑받아 왔으며, 수십 년째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실상부한 현대의 고전입니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 우화의 형식을 띠고 있어 청소년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읽는 사람의 나이와 처지에 따라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온다는 점이 이 책의 신비로운 매력입니다.
양치기 산티아고, 피라미드의 보물을 찾아서
주인공 산티아고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평원에서 양을 치는 젊은 목동입니다. 신학교에서 공부했지만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 양치기가 된 그는, 어느 낡은 교회의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잠들 때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똑같은 꿈을 꿉니다. 꿈의 의미를 궁금해하던 그의 앞에 자신을 살렘의 왕 멜기세덱이라 소개하는 노인이 나타나 자아의 신화라는 말을 들려줍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루어야 할 저마다의 신화를 지니고 태어나며, 그것을 이루려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노인의 말에 용기를 얻은 산티아고는 전 재산인 양 떼를 팔아 아프리카로 건너가지만, 도착하자마자 사기꾼에게 돈을 몽땅 빼앗기고 맙니다.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며 다시 일어선 그는 사막을 건너는 대상에 합류하고, 오아시스에서 운명의 여인 파티마를 만나며, 마침내 전설적인 연금술사를 만나 여정의 마지막 가르침을 얻습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법, 표지를 읽는 법, 그리고 온 마음으로 원할 때 온 우주가 그 꿈의 실현을 돕는다는 진리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피라미드 앞에 선 산티아고를 기다리는 것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반전의 결말입니다.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을 위해 결말은 아껴 두겠습니다만,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하나의 원처럼 이어지는 구성만큼은 몇 번을 읽어도 감탄스럽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습니다.
보물은 어디에 있었는가, 그리고 여정은 왜 필요했는가
결말을 아는 채로 다시 읽어도 이 소설이 여전히 감동적인 이유는, 보물의 위치보다 보물을 찾아가는 여정 자체에 이야기의 핵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산티아고가 그토록 먼 길을 돌아 깨닫게 되는 진실은, 만약 그가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양 떼를 팔지 않았다면, 사막을 건너지 않았다면, 바람과 태양과 대화하며 자기 안의 우주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보물은 눈앞에 있어도 보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꿈을 향해 걷는 동안 겪는 상실과 시련까지도 모두 자아의 신화의 일부라는 것, 이것이 이 우화가 전하는 가장 깊은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날에 읽었을 때는 떠나라는 명령으로 들렸던 문장들이, 시간이 흘러 다시 읽으니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간절히 원하고 있는지 물으라는 질문으로 들렸습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저 유명한 문장도, 노력 없는 낙관이 아니라 마음의 소리를 끝까지 따라가 본 사람만이 얻는 확신으로 읽혔습니다. 꿈을 미뤄 둔 분들, 새로운 시작 앞에서 망설이는 분들, 그리고 지금 걷는 길이 맞는지 회의가 드는 분들 모두에게 이 책은 저마다 다른 답을 건네줄 것입니다. 얇지만 평생 곁에 두고 꺼내 읽게 되는 책이니,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꼭 한번 펼쳐 보시기를, 이미 읽으셨다면 인생의 새로운 갈림길에서 다시 한번 펼쳐 보시기를 권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자아의 신화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첫걸음을 언제 내디딜 것인지 이 책과 함께 물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