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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열람 엄금 — 치넨 미키토, 읽지 말라는 보고서를 끝내 펼치고 말았습니다

by 사리이 2026. 7. 11.

열람 엄금

 

읽지 말라고 하면 더 읽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그 심리를 제목부터 정확히 겨냥한 책, 치넨 미키토의 모큐멘터리 호러 『열람 엄금 — 엽기 살인범의 정신 감정 보고서』를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현직 내과 의사가 쓰는 호러, 엄금 시리즈의 두 번째 책

저자 치넨 미키토는 1978년 오키나와에서 태어나 도쿄 지케이카이 의과대학을 졸업한 현직 내과 전문의이자, 2011년 데뷔 이래 일본 서점대상 후보에 다섯 번이나 오른 인기 작가입니다. 폐쇄된 병원을 무대로 한 밀실 미스터리 『가면병동』이 일본에서 50만 부 넘게 팔리며 이름을 알렸고, 본격 미스터리 『유리탑의 살인』으로는 거장 시마다 소지의 극찬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의학 미스터리부터 판타지, 로맨스, 힐링, 호러까지 전방위로 실력을 발휘해 온 그가 새롭게 도전한 장르가 바로 허구의 사건을 다큐멘터리처럼 그려 내는 모큐멘터리 호러이며, 그 결실이 북다에서 출간 중인 '엄금 시리즈'입니다.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속 기록을 들여다보는 첫 권 『스와이프 엄금』이 2026년 5월에 나와 호평을 받았고, 한 달 뒤인 6월 12일에 두 번째 책 『열람 엄금』이 출간되었습니다. 번역은 우케쓰의 '이상한' 시리즈와 『유리탑의 살인』을 옮긴 김은모 번역가가 맡아 문서형 미스터리 특유의 서늘한 질감을 살려 냈습니다. 출간 직후부터 독자 평점이 만점에 가까울 만큼 반응이 뜨거워, 시리즈가 순항 중임을 실감하게 하는 책입니다. 얇고 가벼운 판형으로 만들어져 손에 쥐는 순간부터 진짜 보고서 파일을 건네받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시리즈만의 재미있는 장치라고 하겠습니다.

 

엽기 살인범의 정신 감정 보고서를 열람한다는 것

이번 책의 부제는 엽기 살인범의 정신 감정 보고서입니다. 첫 권이 죽은 대학생의 핸드폰을 스와이프하듯 넘겨 보는 구성이었다면, 이번에는 열람이 금지된 정신 감정 기록을 독자가 직접 들춰 보는 형식으로 공포를 빚어냅니다. 정신 감정이란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전문의가 평가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절차인 만큼, 현직 의사인 작가가 이 소재를 다룬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치넨 미키토의 모큐멘터리는 실재하는 듯한 장소와 리얼한 경험, 얽히고설킨 인간관계 위에 오래 숨겨져 있던 비밀을 겹쳐 올리는 방식으로, 가볍게 읽기 시작한 독자를 어느새 사건의 관계자로 만들어 버립니다. 보고서를 한 장씩 넘길수록 이것이 소설인지 실제 기록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찾아오고, 정말로 저주받은 듯한 감각이라는 시리즈의 지향이 무엇인지 몸으로 알게 됩니다. 작가는 모큐멘터리 기법에 대해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현실적인 공포를 체감하게 하는 흥미로운 방식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실제로 문서와 기록 위주로 진행되는 구성 덕분에 책장이 놀랄 만큼 빠르게 넘어갑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아껴 두겠습니다만, 마지막에 이르러 읽어 온 모든 것을 다시 의심하게 만드는 솜씨만큼은, 다섯 번이나 서점대상 후보에 오른 미스터리 장인다웠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페이지를 덮은 뒤 앞부분을 다시 들춰 확인하고 싶어지는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읽지 말라는 경고가 곧 초대장이 되는 호러

이 시리즈의 영리함은 제목에 있습니다. 스와이프 엄금, 열람 엄금이라는 금지의 언어는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초대장이 됩니다. 보지 말라는 문을 열고, 읽지 말라는 기록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이미 이야기의 공범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인간의 본능을 책의 형식 자체로 구현해 낸 셈이니, 기획 단계부터 무릎을 치게 만드는 시리즈입니다. 최근 국내외에서 우케쓰의 작품들처럼 문서와 기록으로 진행되는 모큐멘터리 미스터리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엄금 시리즈는 놓칠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특히 이번 『열람 엄금』은 인간의 마음 가장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는 정신 감정이라는 소재 덕분에, 단순한 오싹함을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서늘한 질문까지 남깁니다. 분량이 부담스럽지 않고 문서 형식이라 호흡이 빨라,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여름밤 단숨에 읽기에 그만인 책이기도 합니다. 다만 제목의 경고는 절반쯤 진심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늦은 밤 혼자 읽기 시작하면 다 읽을 때까지 불을 끄지 못할 수도 있고,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등 뒤가 서늘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무서운 이야기를 사랑하는 분들,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에 목마른 분들, 그리고 치넨 미키토의 팬이라면 주저 없이 권합니다. 1권을 읽지 않았어도 즐기는 데 지장이 없으니, 이 책으로 시리즈에 입문하셔도 좋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고를 무시하고 이 보고서를 열람할 용기가 있으신지, 서점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