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책 추천 |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 고영, 저질 체력 직장인의 생존 운동 일기

by 사리이 2026. 7. 9.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해 온 분이라면 제목만 봐도 뜨끔할 책입니다. 고영 기자가 쓰고 허안나 작가가 그림을 그린 『이러다 죽겠다 싶어서 운동을 시작했습니다』를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카페인을 링거처럼 맞던 기자, 병원비 아끼려 헬스장에 가다

저자 고영은 일간지 기자로, 오랜 시간 운동과 담을 쌓고 살아온 자칭 대한민국 1퍼센트 저질 체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낮에는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링거처럼 달고 살았고, 밤에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술로 달래며 하루 맥주 한 캔이 일상이 된 생활을 이어 왔습니다. 그렇게 몸에 남아 있던 근육은 자취를 감췄고, 종일 노트북을 들여다보느라 어깨와 목은 처진 해바라기처럼 구부러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허리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은 저자는 수백만 원짜리 척추 교정 치료를 권유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인생을 바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돈이면 차라리 개인 트레이닝을 받고 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병원비를 아껴 보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된 헬스가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 과정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2020년 카시오페아에서 출간된 272쪽 분량의 에세이로, 만화가 허안나 작가의 유쾌한 그림이 곁들여져 술술 읽힙니다. 앞서 소개했던 『파김치 만화 클럽』의 그 작가가 삽화를 맡았다는 점도 개인적으로 반가웠습니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생존의 절박함에서 출발했다는 점이야말로, 이 책이 수많은 운동 에세이 가운데서도 유난히 공감을 얻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새해 운동 결심과 건강검진 전후의 반짝 각성을 반복해 온 직장인이라면, 프롤로그부터 이건 내 이야기라며 폭풍 공감하실 것입니다.

 

한 동작만 3개월, 웃음과 굴욕이 함께한 헬스장 적응기

큰맘 먹고 등록한 개인 트레이닝이지만 진짜 난관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운동 신경이 너무 둔했던 저자는 다리를 쭉 편 채 들어올리는 스티프 레그 데드리프트 단 한 동작을 무려 3개월 동안 배웁니다. 오죽하면 트레이너에게 "회원님, 일부러 그러시는 거죠?"라는 굴욕적인 말까지 듣게 되는데, 저자는 여기서 포기하는 대신 오기가 발동해 더 열심히 운동합니다. 운동 실력은 전교 꼴찌 수준이면서도 대회에 나가도 되겠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엉뚱한 승부욕, 플랭크를 하다가 무릎에 멍이 든 사연 같은 에피소드들이 배꼽을 잡게 하면서도, 어쩐지 남 이야기 같지 않아 뜨끔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부들부들 바벨 댄스를 추던 저자는 어느새 삶 전체를 헬스 위주로 재편하기에 이릅니다. 머리 감는 시간조차 아깝다며 긴 머리를 싹둑 자르고, 두꺼워진 허벅지 덕분에 스키니진을 옷장에서 퇴출시키고, 매일 달고 살던 술을 거의 끊고, 소파에 늘어져 있던 주말을 운동에 집중하는 꿀 같은 시간으로 바꿉니다. 몸무게 앞자리가 바뀌었는데도 속상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에서, 숫자가 아니라 힘을 기준으로 몸을 바라보게 된 한 사람의 통쾌한 변화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운동을 향한 저자의 견고했던 편견들이 헬스를 시작하며 하나씩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으며, 장면마다 곁들여진 허안나 작가의 그림이 웃음의 타율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운동의 진짜 효능은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것

이 책이 단순히 웃긴 운동 일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운동을 바라보는 관점 때문입니다. 저자는 운동의 진짜 효능이 살이 빠지거나 자기 관리가 되는 데 있지 않고, 살이 찌든 빠지든 내가 내 몸을 사랑하게 되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날씬함이라는 획일적인 목표 대신 어제보다 오늘 더 건강해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 이 태도는,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려 온 독자들에게 신선한 해방감을 안겨 줍니다. 앓아눕지나 않으면 다행이던 사람이 여자 마동석을 꿈꾸게 되는 변화도 유쾌하지만, 헬스장 기구 대부분이 여성의 몸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처럼 여성 운동인의 시선으로 짚어 내는 대목들도 곱씹을 만합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지속 가능한 운동 생활을 위해 떡볶이와 라면과 과자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더티 라이프를 당당히 병행합니다. 치킨을 먹었으면 유산소 운동 30분으로 등가교환하면 된다는 식의 유연함 덕분에, 이 책은 독자에게 운동을 강요하는 대신 슬그머니 하고 싶게 만듭니다. 에피소드 끝에 부록으로 담긴 헬스장 고르는 팁과 갖추면 좋은 도구 소개도 실속 있습니다. 위대한 일을 하려면 사소한 일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책 속 인용처럼, 미뤄 둔 운동을 올해는 시작해 보고 싶은 모든 분들, 그리고 운동 갈 힘조차 없다고 느끼는 오늘의 직장인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읽고 나면 일단 스쿼트 한 개라도 해 보고 싶어질 것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도 이러다 죽겠다 싶은 순간이 오기 전에, 이 책과 함께 가볍게 몸을 움직여 보시기 바랍니다.

#이러다죽겠다싶어서운동을시작했습니다 #고영 #허안나 #카시오페아 #운동에세이 #헬스 #에세이 #서평 #독서기록 #북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