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해, 태양 때문이었다는 대답으로 세상을 뒤흔든 소설이 있습니다. 20세기 문학의 가장 문제적인 작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다시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부조리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는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이듬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했고, 문맹인 어머니와 함께 극심한 가난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알제리의 강렬한 태양과 지중해, 그리고 빈곤이라는 두 가지 유산은 그의 문학 전체를 관통하는 배경이 됩니다. 축구 골키퍼를 꿈꾸던 청년은 결핵으로 그 길을 접었고, 기자와 연극인을 거쳐 작가가 되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레지스탕스 신문 콩바의 편집장으로 활동했습니다. 그가 1942년에 발표한 『이방인』은 같은 해 나온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와 함께 이른바 부조리 3부작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세계는 인간에게 아무런 의미도 답도 주지 않는데 인간은 끊임없이 의미를 갈구한다는 것,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이 바로 카뮈가 말하는 부조리입니다. 그는 1957년 마흔셋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3년 뒤 자동차 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인간의 삶에 던져진 무의미를 정직하게 응시하면서도 끝내 반항과 연대를 이야기했던 그의 사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이 나와 있어 취향에 맞는 판본을 고르는 재미가 있으며, 두께가 얇아 한나절이면 완독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고전의 큰 장점입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그리고 태양 때문이었다
소설은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첫 문장 가운데 하나로 시작합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담담한 통보입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양로원에서 온 부고를 받고 장례를 치르지만, 울지 않습니다. 어머니의 나이가 몇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관을 열어 얼굴을 보겠느냐는 제안도 거절합니다. 장례를 마친 다음 날 그는 해수욕을 하고, 옛 동료 마리를 만나 코미디 영화를 보고, 함께 밤을 보냅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웃 레몽의 일에 얽혀 해변에 나갔다가,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아랍인을 향해 방아쇠를 당깁니다. 잠시 멈춘 뒤 네 발을 더 쏘는 그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입니다. 재판에서 사람들이 뫼르소를 단죄하는 근거는 놀랍게도 살인 그 자체가 아닙니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는 것, 그다음 날 여자와 웃었다는 것이 그를 괴물로 만드는 증거가 됩니다. 왜 총을 쏘았느냐는 물음에 태양 때문이었다고 대답하는 뫼르소는, 법정이 요구하는 후회와 참회의 연극을 끝내 연기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을 선고받는 사내, 그것이 이 소설의 핵심입니다. 건조하고 짧은 문장들이 감정을 배제한 채 사건만을 나열하며 나아가는 카뮈 특유의 문체는, 읽는 이로 하여금 뫼르소의 내면을 스스로 상상하게 만듭니다. 어떤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하고, 또 어떤 대목에서는 알제리의 태양이 문장을 뚫고 나오는 듯합니다.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 앞에서
뫼르소는 흔히 감정 없는 인간으로 오해받습니다. 그러나 다시 읽으면 그는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꾸며 내지 않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슬프지 않은데 슬픈 척하지 않고,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면 모르겠다고 말하며, 신을 믿지 않으니 회개를 연기하지도 않습니다. 사회는 바로 그 정직함을 견디지 못합니다. 우리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감정의 규칙을 어긴 자에게, 사회는 살인보다 더 무거운 죄를 묻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위선의 각본을 거부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사제와 격돌한 뒤 뫼르소가 처음으로 세계를 향해 마음을 여는 대목은, 여러 번 읽어도 서늘하고 아름답습니다. 세계가 자신에게 무관심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그 무관심을 원망하는 대신 다정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비로소 행복을 느낍니다. 답이 없는 세계에서 답이 없음을 인정한 채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카뮈가 말한 부조리한 인간의 태도였습니다. 짧지만 결코 쉽지 않은 소설이니, 첫 문장에 끌린 분이라면 오늘 밤 마지막 문장까지 단숨에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학창 시절 숙제처럼 읽고 덮어 두셨던 분이라면, 어른이 된 지금 다시 펼쳤을 때 전혀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되실 것입니다. 팔십 년이 넘도록 읽히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는 소설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은 세상이 요구하는 각본대로 울고 웃고 계신지, 이 책과 함께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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