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저는 최근 많은 사람들이 "모순"을 다시 읽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1998년에 출간된 책이 지금 이토록 화제가 된다니 신기했습니다. 마치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필사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다고 했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펼쳤을 때 느껴진 것은 깊이 있는 문체와 섬세한 심리 묘사였습니다. 양귀자 작가는 이 책의 매력에 대해 "평범한 주인공이 본인과 주변을 관찰하고 깨닫고 성장하는 낯설지 않은 이야기가 술술 잘 읽히는 세련된 문체로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주인공 안진진과 함께 인생의 모순들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출간 당시 한 달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진입해서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도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하지만 정말 특별한 점은 처음 읽었던 20대 독자들이 지금 30대, 40대가 되어서도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다른 의미를 깨친다고 했습니다. 저도 그런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한 연애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어나가면서 이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을 다루는 깊이 있는 성찰의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진정한 모습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인간의 모순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 안진진은 스물다섯 살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가는 환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내복을 팔며 자신을 키운 억척스러운 어머니, 술에 취하면 폭력을 일삼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조폭의 보스가 되고 싶어 하는 남동생. 그리고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이모. 이들을 바라보며 안진진은 끊임없이 물음을 제기합니다. "내 인생의 볼륨이 이토록이나 빈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절망한다."는 문장이 바로 그 절망의 표현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 되는 것은 절망만이 아닙니다. 그 절망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순적일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학대를 일삼는 아버지가 동시에 품위 있어 보이고,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껴지는 것. 자신을 키운 어머니보다 이모를 더 사랑하고 싶어 하는 마음. 그리고 그 감정들이 모두 동시에 존재하고 타당하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입니다. 책에 나오는 명언들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을 읽었을 때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안진진과 아버지의 관계, 어머니와 이모의 관계, 두 남자와의 연애 관계 모두가 이런 모순의 전형들을 보여줍니다. 어머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이면서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형편이 좋지 않아 가난하지만 자식들을 위해 무명포장하는 어머니, 그리고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내면적으로는 텅 비어있는 이모. 이들의 대조는 바로 인생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예입니다.
모순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지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안진진이 점차 자신의 삶을 받아들여가는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가난함을, 불완전한 가정을, 불안정한 감정들을 부정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깨닫게 됩니다. "세상은 네가 해석하는 것처럼 옳거나 나쁜 것만 있는 게 아냐. 옳으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옳은 것이 더 많은 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야."라는 진리를 말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전하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입니다. 사촌 주리에게 한 이 말은 결국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함께 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 모순적인 것들, 동시에 옳으면서도 나쁜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성숙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진진이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며 선택하는 과정도 이 같은 성장의 표현입니다. 그녀는 선택의 기준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솔직해질 수 있느냐"로 삼습니다. 이것이 얼마나 소중한 기준인지는 사랑을 해본 모두가 알 것입니다. 책 속에서 안진진이 두 남자와 나누는 데이트 장면들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한 남자와는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자신의 치부를 드러낼 수 없고, 다른 남자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낼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랑인지 확신할 수 없는 안진진의 혼란.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모순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는 제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모순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인지를 받아들이고, 그런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모순을 응원한다"고 말합니다. 이 세상의 모든 모순들, 그리고 그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고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다시 읽고 싶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읽었을 때와 10년 후에 다시 읽을 때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