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저는 한로로의 음악 팬입니다. 그의 몽환적이면서도 현실감 있는 가사들이 늘 마음에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수가 소설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놀랐습니다. "자몽살구클럽"이라는 제목도 낯설었습니다. 자몽과 살구, 이 두 과일의 조합은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가수의 첫 소설이 아니라, 동명의 EP 앨범과 연결된 통합 예술 작품이었습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한로로가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청소년들의 마음을 음악과 문학 두 가지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었습니다. 책의 표지부터 뭔가 슬프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책의 첫 페이지에 적힌 헌사를 읽았을 때 눈물이 났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소하, 태수, 유민, 보현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이 그저 픽션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담은 진심 있는 작품이라는 것을 느껴졌습니다. 최근 음악 '0+0'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면서 이 책도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2026년 2월에는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석권했다고 하니, 이 책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가수가 창작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은 2008년 타블로 이후 처음이라고 했으니 정말 특별한 성과였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진실한 목소리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어떤 미화나 단순화도 없이 청소년들의 절망과 희망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책은 네 명의 중학생 소하, 태수, 유민, 보현이 자몽살구클럽이라는 비밀 동아리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들은 모두 죽음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동아리의 규칙은 독특했습니다. 각자에게 자살 전 20일의 유예를 주고, 그 기간에 살아가야 할 이유를 찾기로 한 것입니다. 동아리 집회를 할 때마다 "살구 싶다"고 큰 소리로 세 번 외치는 것이 그들의 의식이었습니다. 단 여덟 글자인 이 말이 얼마나 무거운 선언인지는 책을 읽어나가면서 깨달아집니다. 책은 각 인물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갑니다. "나는 살구 싶나"로 시작해서 "이보현은 살구 싶다", "하태수는 살구 싶다", "나유민은 살구 싶다", "김소하는 살구 싶다"로 이어집니다. 각각의 챕터에서 만나는 네 명의 절망의 이유들은 모두 다졌습니다. 누군가는 학대하는 부모 때문에, 누군가는 극단적 선택을 감행할 정도의 고통 때문에, 누군가는 외로움 때문에 죽음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갑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 함께 웃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그런 순간들이 이들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되어갑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함께 그 순간들을 경험했습니다. 옥상에서 별을 보고, 음악실에서 노래하고, 소각장에서 웃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
책을 다 읽고 난 후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이 소설이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이 소설이 모두 행복한 결말로 끝났다면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이야기는 현실과 동떨어진 동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로로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책에는 절망도 있고, 슬픔도 있고, 때로는 회복할 수 없는 손실도 있습니다. 자몽살구클럽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통해 모두를 살릴 수는 없다는 한계에 마주합니다. 그렇기에 이 이야기는 더욱 현실적이고, 더욱 감동적입니다. 책에 나온 한 장면이 자꾸만 떠오릅니다. "그치만 내가 태수 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을 함께 즐겨 주는 것뿐이었다. 그거면 된다는 언니의 부탁을 새겨듣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완벽하게 누군가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는 메시지가 얼마나 따뜻한지 모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여러 번 울었습니다. 특히 밤을 새우며 외로움을 견디고 있을 청소년들을 생각할 때 정말 가슴이 아팠습니다. 세상이 그들을 어떻게 내몰고 있는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살고 싶어 하는지를 이 책은 너무나 진실하게 보여줍니다. 책의 마지막에는 "살구 싶다"를 세 번 외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제는 그것이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그들의 간절한 외침이 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죽고 싶은 모든 사람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로로가 이 책을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당신도 혼자가 아니며, 당신의 존재는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