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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죽음 너머에서 전하는 따뜻한 마음들의 이야기

by 사리이 2026. 7. 2.

 

나의 완벽한 장례식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저는 죽음을 다루는 책들을 조심스러워합니다. 대부분 무거운 슬픔으로 채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습니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이라는 제목부터 뭔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죽음을 단순한 끝이 아닌 완성으로 보는 시선이 느껴졌거든요. 책을 펼쳤을 때 만난 설정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새벽 두 시의 종합병원 장례식장 매점에서 일하는 스무 살 소녀 나희. 그곳에 매일 밤마다 그림자 없는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이상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읽어나갈수록 이 판타지적 설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깨달았습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 독특한 설정 안에서 다루면, 절망만 남지 않고 따뜻한 감정이 함께 흐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자 조현선은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후 공무원으로 근무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번아웃으로 퇴직한 후 프리랜서 작가로 살고 있다고 하는데, 그 경험이 이 책에 녹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해도 이 책이 이토록 깊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단순한 판타지 소설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각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질수록 느껴지는 것은 깊은 감정과 삶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었습니다. 저는 이 책이 펼쳐내는 이야기들에 자꾸만 빠져들었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더 빠져들어서 한 번에 다 읽고 싶은 충동을 느껴야 했습니다.

 

죽은 자들의 마지막 부탁이 만드는 따뜻한 기적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각 인물의 마지막 부탁에 담긴 따뜻함입니다. 죽은 영혼들은 나희에게 찾아와 두서없이 자신들의 주문을 늘어놓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매점 안에 없습니다. 그들의 부탁은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전하지 못한 용서를 전해달라는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는 것입니다. 나희는 처음에는 이들의 부탁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점차 이들의 마지막 부탁이 얼마나 절절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함께 각 인물의 사연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학대받으며 자란 아이가 아버지를 용서하고 싶어 하는 마음, 자식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다고 후회하는 부모의 심정,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던 마음들. 이런 미처 끝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나희를 통해 이루어질 때의 감동은 정말 큽니다. 나희의 앞선 근무자였던 수영이라는 인물도 중요합니다. 그녀도 죽은 영혼들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나희를 도와가며 함께 이들의 부탁을 이루어 나갑니다. 책에 나오는 문장 중 "사람들은 죽는 순간, 딱 한 가지만 기억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죽을 때 기억하는 것은 얼마나 많이 벌었는지, 얼마나 성공했는지가 아닙니다. 누군가와 나눈 진심 어린 감정들, 전하지 못한 사랑들이 가장 소중한 기억이 된다는 것입니다. 나희가 이들의 부탁을 하나씩 이루어 가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작은 기적입니다. 그것은 죽은 자와 산 자 모두에게 위로와 구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몇 번이나 흘려야 했습니다.

 

죽음을 통해 깨닫는 삶의 소중함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소설이 결코 죽음에 대해 절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죽음을 바로 봄으로써 비로소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나희는 처음에 죽은 영혼들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닫게 됩니다. 죽음도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요. 나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립니다. 어머니를 병으로 잃었던 그 깊은 슬픔. 하지만 그 슬픔은 어머니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함께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남긴 흔적을 정리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나희의 아버지가 분식집을 운영하며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정말 가슴을 따뜻하게 만듭니다. 평생을 힘겹게 살아오면서도 딸에게는 최선을 다해주려는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매점에서 일하는 나희의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르바이트를 단순한 돈벌이로 보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마지막 부탁을 전해주는 일을 신성하게 여기며 진심을 다해 일합니다. 이 책은 K-힐링 소설로 불리는 장르에 속한다고 합니다. 현실의 팍팍함에서 벗어나 따뜻한 위로를 찾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습니다. 책장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된다는 책의 소개 문구가 정확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를 현재의 순간으로 돌려보냅니다. 지금 이 순간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사랑이 있다면 꼭 전해야 한다는 당부를 듣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은 후 오래 연락하지 못했던 친구들에게 연락했고, 부모님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감사의 말을 전했습니다.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죽음을 통해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에게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건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