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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 — 릭 루빈,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삶의 태도에 관한 문제입니다

by 사리이 2026. 7. 18.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

 

 

창의성은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만의 것일까요. 전설적인 음악 프로듀서 릭 루빈은 그렇지 않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그의 책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을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래미 9회 수상, 장르를 만든 프로듀서 릭 루빈

저자 릭 루빈은 미국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뛰어난 프로듀서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이력은 믿기 어려울 만큼 화려합니다. 비스티 보이즈와 런 디엠씨, JAY-Z와 카니예 웨스트 같은 힙합 뮤지션부터 레드 핫 칠리 페퍼스와 메탈리카, 슬레이어, AC/DC 같은 록 밴드, 그리고 조니 캐시와 톰 페티, 아델과 스트록스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협업해 왔습니다. 빌보드 앨범 차트 10위 안에 올린 앨범만 40장이 넘고, 그래미 어워드에 18회 노미네이트되어 9회를 수상했으며, 2012년 아델의 앨범 21은 2010년대 앨범으로는 최초로 다이아몬드 인증을 받았습니다. 러셀 브랜드가 그를 두고 파괴자이자 창조자, 오펜하이머 같은 진정한 천재라고 표현한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루빈 자신은 악기를 잘 다루지 못하고 악보도 읽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수많은 아티스트가 그를 찾는 이유는, 그가 소리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창작의 상태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023년 7월 코쿤북스에서 정지현 번역가의 손을 거쳐 나온 이 책은, 그런 그가 평생 축적한 지혜를 78편의 짧은 글로 증류해 낸 결과물입니다. 출간 이후 국내에서도 예술과 대중문화 분야 상위권을 꾸준히 지키며 수백 건의 리뷰가 쌓인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니, 창작에 목마른 이들에게 이미 하나의 고전처럼 자리 잡은 셈입니다.

 

78편의 짧은 글, 매뉴얼이 아닌 사유의 조각들

이 책은 흔한 창작 실용서와는 결이 다릅니다. 몇 단계로 이루어진 방법론이나 성공 공식을 제시하지 않고, 78편의 독립된 짧은 글이 각각의 화두를 던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디를 펼쳐도 읽을 수 있고, 한 편을 읽고 한참을 생각에 잠기게 되며,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오는 그런 책입니다. 루빈은 창의성을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세상을 대하는 방식으로 다시 정의합니다.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특정한 결과물을 내놓는 일이 아니라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관한 것이며, 창의성은 이미 모든 사람의 삶 속에 자리하고 있고 우리는 그 공간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조언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를 향합니다. 알아차리는 감각을 기를 것, 세상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일 것, 자기 안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의 기대보다 앞세울 것, 완성보다 과정에 머무를 것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이 책이 음악가만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 기획하고 만드는 모든 사람에게 널리 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창작이란 결국 어떤 상태로 존재할 것인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여러 창작자와 기획자들이 이 책을 곁에 두고 반복해 읽는 책으로 꼽고 있으며, 케 템페스트를 비롯한 해외 아티스트들의 찬사도 이어졌습니다. 창의성과 창의적 사고를 위한 매뉴얼이자 지금 이 순간을 위한 참고서라는 마이크 디의 평이 이 책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 줍니다.

 

존재의 방식, 결과가 아니라 상태에 관하여

부제인 '존재의 방식'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입니다. 우리는 흔히 창작을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행위로만 생각하지만, 루빈은 만들어 내기 이전의 상태, 즉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가를 훨씬 중요하게 봅니다. 좋은 결과물은 좋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이지, 억지로 짜낸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매일 산책하고, 자연을 보고, 몸의 감각을 깨우고, 세상을 새롭게 알아차리라고 권합니다. 얼핏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마감에 쫓겨 결과물만 쥐어짜다 소진되어 본 사람이라면 이 조언이 얼마나 실용적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책에는 단점도 있습니다. 명확한 실행 지침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모호하고 선문답처럼 느껴질 수 있으며,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여백이야말로 이 책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남겨, 독자가 자기 자리에서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창작하는 모든 분들, 창작과 무관해 보이지만 삶을 조금 더 나답게 살고 싶은 분들, 그리고 번아웃으로 무언가를 만들 힘을 잃은 분들에게 이 책을 곁에 두시기를 권합니다. 한 번에 완독하기보다 매일 한 편씩 천천히 읽어 나가는 방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몇 년 뒤에 다시 펼쳤을 때 또 다른 문장이 마음에 박힐 것이 분명하니, 소장할 가치가 충분한 한 권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고 계신지, 이 책과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