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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 고나무,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25가지 창작법

by 사리이 2026. 7. 18.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

 

인공지능이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뽑아내는 시대에,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남아야 할까요. 팩트스토리 대표 고나무 작가의 신작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를 읽고 감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기자에서 IP 기획자로, 실화를 파는 사람 고나무

저자 고나무는 한겨레 기자로 오래 일하다 실화 기반 콘텐츠 제작사 팩트스토리를 창업한 인물입니다. 팩트스토리는 실화를 소재로 웹소설과 웹툰, 인물 전기를 기획하는 회사로, 논픽션을 IP로 전환하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영역을 개척해 왔습니다. 그가 트루먼 카포티의 『인 콜드 블러드』를 읽고 언젠가 이런 책을 써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지금의 자리까지 자신을 밀고 왔다고 밝힌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특히 그는 실화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오염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대중적으로 팔리기 위해 팩트를 적당히 윤색한 스토리를 실화라 불러 왔지만 드라마틱한 논픽션에 필요한 것은 윤색이나 각색이 아니라 드라마틱한 팩트 취재라고 강조합니다. 범죄자를 캐릭터로 그리고 싶다면 상상하지 말고 그의 말투와 좋아하는 음식과 걸음걸이를 취재하라는 그의 말은, 이야기를 다루는 사람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압축해 보여 줍니다. 그런 그가 2026년 6월 29일 한스미디어에서 펴낸 신작이 바로 『팔리는 스토리를 설계하라』입니다. 부제는 'AI시대에도 살아남는 25가지 창작법'이며,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양장본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취재하고 기획하고 실제로 팔아 본 사람이 쓴 창작론이라는 점에서, 강단의 이론서나 감상 위주의 작법서와는 출발선부터 다른 책이라 하겠습니다. 이력 자체가 이미 하나의 설득력인 셈입니다.

영감이 아니라 설계, 스토리를 다루는 방법론

제목의 핵심은 설계라는 단어에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번뜩이는 영감이나 타고난 감각의 영역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이 책은 팔리는 스토리에는 분명한 구조와 원리가 있으며, 그것은 설계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창작 현장에서 기획자로 살아온 저자의 이력을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접근입니다. 그는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우연히 기다리는 사람이 아니라, 팔릴 만한 소재를 찾아내고 그것을 웹소설과 웹툰과 영상으로 옮길 구조를 짜는 일을 업으로 삼아 온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25가지 창작법이라는 구성 또한 이 책의 실용성을 잘 보여 줍니다. 추상적인 예술론에 머무르지 않고 곧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항목으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지금 무언가를 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원고를 옆에 두고 하나씩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 예술·대중문화 분야 주간 베스트 상위권에 오르고 리뷰 평점 9점대를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창작 현장의 갈증을 정확히 짚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북토크 행사가 마련될 만큼 저자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이야기가 좋아서 쓰기 시작했지만 정작 내 이야기가 왜 팔리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 그 답의 실마리를 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재능을 탓하기 전에 설계도를 점검해 보라는 조언은, 창작을 막연한 운의 영역에서 배우고 고칠 수 있는 영역으로 끌어내려 줍니다.

AI가 이야기를 쓰는 시대, 인간 창작자의 자리

이 책이 지금 이 시점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부제에 담긴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인공지능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줄거리와 대사를 만들어 내는 시대에, 인간 창작자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표지에 그려진 AI 채팅 화면과 타자기의 대비가 이 긴장을 시각적으로 보여 줍니다. 저자의 답은 그의 이력 속에 이미 들어 있는 듯합니다. 인공지능은 기존 데이터를 조합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 나가 사람을 만나고, 그의 걸음걸이를 관찰하고, 아직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실화를 발굴해 오지는 못합니다. 결국 취재와 발굴, 그리고 그 재료를 팔리는 구조로 설계하는 안목이 인간 창작자의 자리를 지켜 줄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팔린다는 단어가 전면에 나선 만큼, 순수한 예술론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지나치게 시장 지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러나 이야기로 밥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에게 팔린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목표가 아닙니다. 웹소설과 웹툰, 시나리오를 쓰는 분들, 콘텐츠를 기획하는 분들, 그리고 AI 시대에 창작자로 살아남을 방법을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막연한 불안을 구체적인 전략으로 바꾸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제 몫을 충분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곁에 두고 오래 참고하게 될 한 권이라고 생각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품고 있는 이야기는 어떤 구조로 설계되어 있는지, 이 책과 함께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