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저는 좋은 명언을 수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항상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필사하고 저축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명언들이 정말로 그 사람이 한 말인지에 대해 의심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책을 펼쳤을 때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이 23세 젊은 작가의 첫 장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2000년대생 최초의 수상자가 된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일본 언론이 움베르토 에코, 칼비노, 보르헤스에 견주며 극찬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읽으면서 느껴졌습니다. 책의 시작은 평범했습니다. 괴테 연구가 도이치가 아내와 결혼 25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찾습니다. 그곳에서 마신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과 만납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평생 괴테를 연구한 그조차 본 적 없는 낯선 문장이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평생 주장해온 이론을 완벽하게 요약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출처를 찾을 수 없는 말은 거짓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실인가? 이 질문이 도이치의 삶을 뒤흔들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 질문에 함께 뒤흔들리고 싶어 이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작가는 후쿠시마 지진을 초등학생 때 직접 경험한 세대입니다. 그 경험이 책 전체에 어떤 형태로든 배어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명언의 출처를 찾아가는 지적 여정의 매력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한 문장이 불러일으키는 사유의 깊이입니다. 도이치는 그 명언의 출처를 찾기 위해 여러 판본의 괴테 전집을 뒤집습니다. 동료 연구자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괴테의 원문을 독일어로 해석해봅니다. 영어에서 다시 독일어로 바꾼 이 문장이 진정 괴테의 말인지 의심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함께 그 여정에 빠져들었습니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는 말이 정말 괴테의 말인지 아닌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이 도이치에게 얼마나 깊은 영향을 미치는가였습니다. 평생 괴테를 연구한 학자가 한 문장의 진위를 두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학문의 본질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도이치는 '잼적 세계'와 '샐러드적 세계'라는 자신만의 이론을 통해 사랑을 설명합니다. 모든 것을 혼동시키는 잼과는 달리, 각각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샐러드처럼요. 이것이 바로 그가 평생 주장해온 이론이고, 그 명언이 완벽하게 요약하고 있는 것입니다. 책에는 괴테, 플라톤, 밀턴, 말라르메 등 방대한 인용문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난해하지 않습니다. 각 인용문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도이치와 그의 가족, 제자, 동료들의 일상 속에서 이런 고전의 문장들이 살아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이라는 문장은 농담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깊은 진실을 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인용하는 모든 말들의 진위가 얼마나 불확실한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을수록 나는 언어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고,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자신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을 다시 읽어내는 소설의 완성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했던 부분은 작품이 결국 사랑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이치와 그의 가족들, 그의 제자들, 그리고 그의 연구 동료들. 이 모든 인물들의 삶이 점차 연결되어갑니다.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던 이야기들이 후반부로 가며 서로 만나고 얽힙니다. 도이치의 딸 노리카와 그의 남자친구 쓰즈키의 만남이 한 예입니다. 노리카가 독서 모임에서 발표한 후 쓰즈키가 다가와 "인용만 하지 말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게 어때?"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그들이 사귀게 된 계기가 되고, 나중에 그들의 대화는 도이치의 명언 추적 여정과 깊이 있게 연결됩니다. 쓰즈키라는 인물도 흥미롭습니다. 그는 도이치의 아들처럼 가족에 녹아들어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관점으로 도이치의 사유를 자극합니다. 책의 전체 구조가 마치 복잡한 음악 악보처럼 여러 성부가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화음으로 수렴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작가는 겨우 23세이지만, 이 소설에서 느껴지는 문학적 성숙도는 놀라웠습니다. 연간 1,000권의 책을 읽는다는 작가의 독서량이 이런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습니다. 학문과 일상, 고전과 현대,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오가며 사랑이라는 띠로 모든 것을 묶어내는 솜씨는 정말 탁월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는 깨달았습니다. 명언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우리가 그 말을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후쿠시마 지진을 경험한 세대의 작가가 언어와 진실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게 묻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모든 것은 이미 말해졌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언어로 다시 말할 때 그 말은 비로소 진짜가 된다"는 메시지는 너무나 소중했습니다. 이 책은 단순한 미스터리 추적이 아니라, 언어의 본질과 사랑의 의미를 묻는 진정한 문학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