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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 | 과거의 수족관을 벗어나 바다를 향하는 두 영혼

by 사리이 2026. 7. 3.

 

 

수족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

저는 최근 유래혁 작가의 산문집 "당신과 아침에 싸우면 밤에는 입맞출 겁니다"를 읽었습니다. 그의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에 매료되어 그의 첫 소설 "수족관"을 찾게 되었습니다. 표지부터 특별했습니다. 폴라로이드 필름 형태의 수채화가 붙어있고, 손으로 그 외각의 음각을 만질 수 있었습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뭔가 소중한 것을 만나려고 한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책의 소개를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이 소설이 일본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보육 시설에서 자라난 류이치가 먼저 그곳에서 도망쳐나온 아카리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자신들이 가진 뿌리 깊은 과거와 상처, 그 이야기가 만들어낸 수족관에서 두 인물이 입을 맞추고, 서로의 숨을 훔쳐가면서도 오키나와의 너른 바다에 도착하는 꿈을 나눈다는 문구가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국인 작가가 일본 배경으로 쓴 이 작품이, 일본 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받는다고 했습니다. 유래혁은 원래 포토그래퍼로 시작해 2016년부터 사진과 문장을 통해 감동을 전해온 작가라고 했습니다. 그의 시각적 감각과 문학적 감수성이 이 소설에 어떻게 담겨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이 책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를 넘어, 깊이 있는 인생의 성찰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과거의 상처가 만든 수족관 속에서의 만남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수족관"이라는 메타포입니다. 보육 시설이라는 보호된 공간에서 자라난 두 인물에게 그곳은 마치 수족관처럼 느껴집니다. 물 안의 물고기처럼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아가되, 밖의 세상을 볼 수 있지만 그곳에 닿을 수 없는 그런 존재감 말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과거는 헤어나올 수 없는 커다란 수족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류이치는 보육 시설에서 자라났지만, 그곳을 떠나 사회에 진출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여전히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습니다. 아카리는 그 시설에서 도망쳤고, 지금도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습니다. 두 인물 모두 자신들의 과거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책에 나오는 한 장면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류이치가 잃어버린 지갑을 되찾게 되는데, 그 안에는 아카리가 적어놓은 "시간과 장소"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두 인물이 서로를 기억하겠다는 약속처럼 느껴집니다. 유래혁의 감성적인 문체는 이런 순간들을 더욱 빛나게 만듭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치 사진처럼 깊이 있고, 여러 번을 다시 읽게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저자가 포토그래퍼의 눈으로 인물들을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순간을 포착하고, 그 안의 감정을 담아내는 능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각 장면이 마치 흑백 사진처럼 선명하면서도 깊이 있게 느껴집니다.

 

수족관을 벗어나 바다로 향하는 희망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가슴이 철렁했던 부분은 제목의 의미를 깨닫는 순간입니다. 수족관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와 고통으로 만들어진 내면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두 인물이 서로의 숨을 훔친다는 표현은 사랑이 얼마나 깊고 상호적인지를 보여줍니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함께 그 수족관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합니다. 오키나와의 너른 바다라는 이미지는 자유, 희망,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합니다. 책에는 이름의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잊을 때, 그들과의 기억도 함께 사라진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류이치는 이름 없는 아카리를 만나 그녀의 글씨를 막연히 믿습니다. 그것이 그녀를 기억하는 방법이 되고, 그들을 연결하는 실이 됩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묻습니다. 이 둘이 과연 수족관을 벗어나 눈부신 햇살 아래 들려오는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서로의 숨을 훔치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책을 다 읽고 난 후 저는 이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결말을 알고 난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소설의 각 장면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유래혁의 "수족관"은 짧지만 깊이 있는 소설입니다. 우리 모두가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수족관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와 함께라면 그 수족관도 견딜 수 있고, 언젠가는 바다에 도착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이 책은 모든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인 상처와 그것을 치유하는 과정을 이렇게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